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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금요일 *오늘의 글 에스케이*


너와 나

오랜만에 글입니다. 4월 이후 글이 잘 써지지 않았네요. 왜일까 생각해 봅니다. 너무 부담을 가졌던거죠. 읽는 사람이 읽기 편하게 써야 한다, 가능하면 라임을 맞추고 싶다, 글을 쓰는 배경도 최대한 자세히 담고 싶다, 뭔가 메세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등의 생각이 많았던 거구요. 그러다보니 머리로만 글감을 떠올리다 말고, 메모장에만 단편적으로 생각들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올해도 벌써 6월의 중순이네요. 글에 힘을 빼자고,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풀어보자고 다짐하며 글을 다시 씁니다. 스마트폰을 잡는 대신 키보드로도 블로그에 글을 쓸 수 있어 편리합니다. 글쓰는 방 왼쪽 창가에 햇살이 비추고, 내려다보이는 송정 바닷가는 글쓰기 타임을 힐링으로 바꿔주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최근엔 긴긴밤에 이어서 5번 레인이라는 책을 즐겁게 읽었습니다. 워낙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저에게 두껍지 않은 청소년 소설은 좀 더 책과 친해지기에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내용 중에 책을 덮고도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난 네가 네 편이 아닐 때도 네 편이야."

자존감이 땅에 떨어져 힘들어하는 주인공에게 남자친구가 편지를 전하며 마지막 멘트로 선택한 문구입니다. 어려운 단어나 문장구조가 아님에도 진심이 전해지는 위로였습니다. 덧붙여,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해 듣는 음원 하나도 소환됩니다. Calum Scott의 At Your Worst입니다.

"You know I love you at your worst."
 
네가 최악의 상황이어도 널 사랑한다는 가사가 반복되며 비트에 실려 마음에 와닿습니다. 가사를 정확히 찾아보려 웹 검색을 하다 같은 곡의 어쿠스틱 버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쁩니다. 잔잔하게 듣고 싶을 때 좋겠다 싶어 바로 프로필 뮤직에 추가하고 글쓰기를 이어갑니다.

종종 결혼하기 전 지금의 아내가 '바로 이사람이다!' 라는 순간이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사귄지 얼마 안되었을 때 처음 같이 갔던 스키장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때 당시 여자친구가 챙겨온, 그녀에게 사이즈도 좀 타이트해 보였던, 초등학생들이 눈사람 만들 때나 눈썰매 탈 때 낄 만한, 손등에 만화 캐릭터 모양이 눈에 띄는, 겉면이 약간의 비닐 재질이었던 그녀의 "장갑"이 떠오릅니다.
 
그게 참 별거 아닌데, 단순히 생각하면 참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 장갑을 봤을 때 뭐랄까, 이 친구가 스키장에 와서 노는데 신나하고, 뭔가 하얀 설원 위에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들에 관심을 쏟기 보단, 일단 장갑은 챙겨와야 한다고 해서 가져왔는데, 그게 어떻게 생겨먹었던 간에 상관없이, '난 너랑 같이 이곳에 와서 좋아!' 라고, 수줍게 꺼내 보여주던 그녀의 장갑이 그녀 대신 그 감정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또 누가 인프피 아니랄까봐 뭔가 마음에 찡한게 올라와서 약간 울랑말랑하는 눈망울로 그녀를 잠시동안 바라보며 생각했죠. '너 나에 대한 마음이 진짜구나!'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시작한 장갑 얘기가 너무 멀리까지 와버린 것 같습니다. 너무 오바였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지만 당시에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써보니 좋습니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던(과연 그 장갑을 가져왔었던, 그녀의 마음은 사실 어땠는지 내일 물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지금 일상은 어떤지 생각해 봅니다. 각자 회사일로, 가정일로 피곤해도 퇴근해선 그 날 스트레스 받았던 일, 뭔가 결정이 필요해서 고민하고 있는 일을 얘기하려고 합니다.
 
사실 아내는 매번 그래왔는데, 전 무슨 일이 있으면 속으로 힘들어하고 끙끙 앓는 편이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지친 톤이어도 얘기를 꺼내려 하고 아내는 백프로 이해 못해도 들어줍니다. 저 또한 아내의 고민에 대해 속 시원한 솔루션을 줄 순 없어도 듣고 서로 얘기를 나눕니다. 그러고 나면 그 어떤 일에 대한 걱정과 마음 짓눌림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전날 칼퇴 직전 열어본 회사 서버실에 24시간 돌아가는 에어컨 작동이 멈춰 뭐가 문제인지 확인하느라 급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야근 후 아내에게 퇴근해서 이 얘기를 했었는데 다음날 아침 회사에 도착해서 보니 톡이 와있더군요.
 
"컴퓨터 잘 고쳐졌으면 좋겠다. 기운내고!" 
 
컴퓨터가 문제가 아니라 에어컨이 문제였던 건데 그럼에도 그 디테일은 전혀 상관 없었습니다.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덕분일까요? 회사 정비팀을 통해 실내기 펜부분을 조여주니 순조롭게 에어컨도 재가동되었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전날 저녁 저의 공감도 그녀에게 잠시나마 위로로 전달되었길 바래봅니다.

댓글

  1. 너무나도 따뜻한 이야기 입니다. 작은 이야기에도 서로의 마음이 와닿는 소통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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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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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심이 잘 통하여서 다행이에요^^ 행복한 결혼생활 응원할게요~ :-)
    (오타 수정이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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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런 이런 풋풋함은 ..언제인지 잊었어요 다시 살려보려고 노력중이네요 부러워요 뽕뽕 감성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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